2025. 4. 10. 22:02ㆍ취미/일상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포레스트는 삶이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말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달리기 선수, 미식축구 선수, 군인, 선장 등을 경험했다. 그의 선택에 후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꽤나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소년 포레스트는 자신이 이런 일들을 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내 인생도 그렇다. 뭔가를 갖고 싶거나 하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성취하는 인간의 모습이 정말 신기하고도 아름답게 보였다. 그 아름다움을 모방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척, 갖고 싶은 척을 해봤지만 결국은 모조품이 진짜를 따라할 수는 없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열심히 하는' 기준이 바뀐 것 같다. 스스로의 성취감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런 대리만족은 잠시일 뿐, 항상 마음속은 공허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 국비교육을 받으러 개발자 양성과정에 들어왔지만, 과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또 다른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게임 프로그래머를 하겠다고 들어와놓고 게임 기획에 대한 망상을 했다. 2주 정도 망상을 하니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몇 시간씩 개발하고 프로그래밍 공부하고, 5일에서 1주짜리 미니 프로젝트를 3번 정도 하면서 개발에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데, 지금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시스템 디자인으로 취업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근 1주일 정도 시스템 디자이너에 대해 조사한 결과, 현실을 알아버렸다. 기획은 기획대로 개발에 쏟아부은 시간만큼 공부를 해야 하고, 또 개발 경험이 내 생각만큼 메리트가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또한 클라이언트 개발자보다 기획으로 취업하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긴 고민 끝에 포레스트 검프처럼 인생을 우연에 맡기기로 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우연의 결정체인 미니 핀볼로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을 마치기로 했다. 좋은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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